懷念錄 (내 다섯살의 어느 눈 오던날)
갑작스런 추위에 허겁지겁 동면으로 들어가 단잠을 잔다. 단잠 동안의 아름다운 꿈에는 언제나 어린시절이 풍경처럼 펼처져있고, 양 볼이 발그레 한채 곱은 두 손을 호호불며 콧물을 훌쩍 거리던 다섯살의 어린아이가 눈길을 헤메고 있다. 눈이오면 양놈에게 안 잡히려고 산으로 달음질쳐 올라 지난 가을 다람쥐가 숨긴 밤톨을 찾으며 하루종일 손꽁꽁 발꽁꽁 하고 있을 그 코흘리개 아이가 그립다. 내 다섯살의 언어는 자살, 신아원, 양놈, 옥수수떡, 수박화채, 깡패삼촌, 당원, 캬라멜, 뒷산, 야음, 도망, 벽장, 입양.... 이런 어눌한 언어로 차 있었다. 지금 내 아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트럭은 전에 나를 유혹하던 양놈들의 미끼였다. 나는 엄마를 놔두고 가기는 싫었지만 그 붉은 장난감 트럭을 포기하기란 더더욱 싫었었다...
2007.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