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나부다.
새벽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서늘한 기운에 얇은 이불 머리까지 끌어 올리고
놓치고 싶지 않은 한 가닥 꿈의 꼬리를 잡으려 애쓰는 가을이다.
눈을 뜨면 간밤의 진실은 모두 허상이 되고
햇살을 받으면 받을 수록 더욱 더 빠른 속도로 망각되어질 것이지만
그래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말아야할 그 뭔가가 있는것 처럼
지속적으로 기억해 내려고 애쓴다.
눈물이 날 정도로 시린 창공으로 한 줄기 연기가 지나가고
무심한 고추잠자리들은 허공을 헤메인다.
나는 중앙도서관 그늘 아래 팔베게를 하고 누워 흩어지는 이제는 아주 엷어진 구름들을 바라본다.
여름내내 하늘을 점령했던 그 끝을 알수 없었던 심연의 구름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가을이 오긴 왔나부다.
내가 이렇게 허 한걸 보니.
2005.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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