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scellaneous Genre

어떤 여자

by 개인교수 2006. 12. 10.


약 3년 전 쯤 돈 잘 벌때 술취하면 간혹 가던 카페가 있었다.

일반적인 카페는 아니고 맥주 한 모금 나오는 작은병에 4천원 받으면서 아줌마들이 번갈아 왔다갔다 메뚜기 처럼 이 자리 저 자리 앉아서 얘기 몇 마디 나누고 맥주 한잔 마시면서 매상을 올리는 그런 곳 이었다.

그런 곳의 주인들은 대 부분 40대의 여자들 인데 아주 고고하기 그지없다.
편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정상적인 영업이라고 하기 보다는 30대 여자들 1-2명 고용해서 그 여자들에게 술 처먹게 하고 돈 버는 이른바 변태성 영업인데도 마치 60년대 낭만이 있는 카페의 주인인양 지 홀로 고고하다.

벽쪽에는 세월지난 LP 판과 턴테이블이 놓여있고,
한쪽 벽으로는 디지털 피아노와 통 키타를 갖다 놓았다.

어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12시 경에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바퀴 돌면서 운동 하다 고시원 생활 8년만에 창문있는 방으로 옮긴 어떤 친구를 만났다.

나 보고 자꾸 어디가서 술 마시자고 한다.
그 친구는 이미 2차가 넘은것 같은데 밤길을 하이에나 처럼 헤메고 다닌다.
하긴 나도 그 친구와 별반 다를것은 없지만...,

자꾸 자기가 술을 산다는 통에 할 수없이 어떤 카페 같은 곳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3년전의 그 아줌마를 만났다.
이미 가운데 테이블에는 술이 거나하게 취한 중년의 손님이 마치 자기가 왕 인듯 호령하고 있었고, 자전거를 집에 놔두고 나온 그 사이에 고시원 친구는 그 손님 앞에서 술잔을 받고 있었다.
수련 한다는 놈이 참으로 오지랖도 넓다.

그냥 나가기가 뭐해서 한쪽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했다.
술이 거나하게 된 중년의 신사는 그 아줌마의 친 동생 처럼 보이는 40대 의 여자와 그 주인 아줌마를 끼고 우리 들어오기 전까지 양주 작은병 하나를 시켜놓고 황제 행세 하고 있었나 보다.

주인 아줌마는 맥두 두병을 가지고 내 맞은편에 앉아서 오래간만이라고 인사를 한다.
나도 긴가민가 하던 차에 확실히 그 여자인걸 알았다.
그런 술집을 하면서 그 여자는 여전히 고고하다.
이제는 자기 친동생을 데려와 같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원래 하던 바로 옆 건물 지하로 옮겼던 것이었다.

나는 그런 여자들을 보면 체질적으로 거부감 먼저 밀려 온다.
그 여자는 자기의 직업을 미화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 한다. 즉, 자기 자신도 창피하다는 얘기다. 그것을 커버하기 위하여 소설책도 구비하여 여기저기에 꽂아 놓고,
치지도 못하는 피아노도 장식용으로 갖다 놓은것이다.
그리고 말투도 교양있는 여자처럼 고분고분하게 하고,
말끝마다 사장님, 이사님 하면서 흥을 북돋아 주며,
시키지도 않은 동네 후배가 교수라느니, 이곳의 단골중에 화가와 서예가가 있다느니 한다.

그런 교수나 화가 서예가등이 손님이므로 자신도 대충 그런 사람들과 교분이 있는 정도의 소양과 교양을 지녔다 라는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냥 "자주와서 술 좀 많이 팔아줘요.. 요즘 새로 열어서 장사가 잘 안돼네.. 동네 사람 좋다는게 뭐야~~, 같은 회사 사람들 좀 많이 데려와 내가 싸게 해줄께"
뭐 이런식으로 말하는게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Miscellaneous Gen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분 더러운 나날들  (0) 2007.01.18
한 해 또 한 해..  (1) 2007.01.08
술 안 마신 토요일의 단상  (5) 2006.12.03
프랑스와 개새끼  (4) 2006.11.27
술과 공허함  (0) 200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