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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Genre

술 안 마신 토요일의 단상

by 개인교수 2006. 12. 3.

1.
술 안 마신 토요일은 너무나 여유롭다.
TV를 밤 늦게까지 시청한 후 내 방으로 들어와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길 수도 있고, 그 동안 못했던 공부도 하고, 유머 싸이트에도 들어가 최신 유행하는 트랜드도 살펴보고,
적당한 주제에 Feel 이 꽂히면 지식인이나 전문 자료들을 찾아보며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

그러다 지치고 영 여러주제에 흥미가 없어지면 갑자기 쓸쓸해 진다. 그리고 심심해 진다.

그래서 나가려고 시간을 보면 어느새 새벽 2시가 넘어 가고 있고,
어짜피 문 연 술집도 없을것 같고,
그렇다고 사다 마시기는 시간상으로도 애매하고,
어짜피 혼자 마시는 성격도 아니고,
아무튼 찝찝함이 지속된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동네 형이 문자 보냈을때 나가서 한 잔 하고 오는건데...'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찬다.

이 동네 빨대 형 동생들은 이미 다들 취해서 집에 들어 갔을테고,
지금 나가봐야 영하 7도의 냉랭한 바람만 차가울 테고,
이런 저런 생각에 시간만 잘 흘러간다.

초저녁에 유재석의 무한도전 보면서 낄낄대다가,
피아노 치다가, 키타 치다가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카트라이더 하다가,
쇼파에 누워 TV 보다가,
국수 끓여서 꾸역꾸역 한끼 때우고 아주 권태롭게 이 밤을 보내고 있다.

나는 한가함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다.
일단 내 인생에서 한가함이 느껴지면 그 때부터 불안하다.
뭔가를 안하면 불안하다.

2.
어제는 TV 특종 놀라운 세상에서 어떤 인간형을 봤는데 어떻게 그런 인간형이 있을수 있을까 신기하다.
37정도 먹은 사람인데,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저녁 11시 까지 바쁜 사람이다.
그 사람의 스케줄은 대충 이러하다.

5시-6시 : 기상 후 아침 테니스 운동
6시-7시: 조기축구 1시간
7시-8시: 탁구 1시간 (그 후 차에서 옥수수 같은걸 먹으며 아침 식사를 해결)
일단 아침시간에 3시간 동안 세가지 운동을 한다.

9시-12시 낮 근무 (직업은 병원의 물리치료사 임)
12시-1시: 피아노 학원 강습
1시-7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근무 후 퇴근
7시-8시: 배드민턴 동호회 참석및 운동(운동후 회원들의 통닭에 생맥주 마시자고 하는 것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그 자리를 박치고 나감)
8시-9시: 그 지역 합창단 연습
9시-10시: 문화회관에서 섹소폰 강습
10시-10시30분: 귀가
귀가후 밥먹을 쯤 어떤 동네애들이 찾아와서.
그 애들 배드민턴을 강습 시켜줌...
대략 12시에 자는 듯 함.....

이 사람의 스케줄을 보고 있는것 만으로도 허기진다. 어떻게 매일 규칙적으로 저렇게 생활 할 수 있을까?

난 저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사람 만나면 한번 줘 패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저 인간은 저따위로 살지? 하는 생각밖에 안든다.
나 처럼 무계획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토록 자신을 통제해 가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난 저렇게 일주일만 살아보라고 한다면 바로 미쳐 버릴 것이다.

언뜻보면 굉장히 성실하게 살아간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렇게 사는 삶이 자기 만족을 줄지는 몰라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주는 엄청난 피해는 전혀 생각 안하는 엄청난 이기주위자라는 것을 스스로는 모르는 모양이다.
와이프도 있고 애도 2명씩이나 있던데, 평일에는 애들 얼굴볼 시간이 없다고 한다.

당연히 자기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 자기 스케줄만 지키며 사는 인간이 애들 생각할리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토요일에는 얘들과 즐기는 것으로 TV프로그램에서는 되어있었다.(정말인지 믿을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는 결코 집에 있지 않을것 같고 왠지 등산이라도 갈 것만 같다는....)

만약 그렇다 해도 자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해서 지키고 키워도 모자를 판에 일주일 내내 가족과 친구들은 나 몰라라 하고 스스로 즐기며 사는 것에 불과하다.

저렇게 까지는 안하더라도 주위에 가끔 자신의 스케줄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인간들이 있다.
최소한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서는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고,
술 마시기 싫어도 친구의 부름이라면 같이 술자리에 동석해주고,
좀 흐트러진 모습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삶이 더욱더 인간적이지 않은가?

게획에 의해 인생을 획일적으로 살고있고
다른길로 가려는 생각은 단 한번도 안해 본 사람들은 절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도 없고
상대방에 대한 조금의 배려심도 갖고 있을 수가 없다.

난 그저 널럴한 사람들이 좋다.
널럴하게 만나고,
사람 피곤하게 하지 않고,
호탕하게 웃으며,
가식적이지 않으며,
일방적이지도 않고
초라하거나 촌스럽지 않고
남이 한 유머를 우스갯 소리 정도로 폄하하지 않으며,
남을 지적하거나 핀잔주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즐거워 해 줄수 있는 그런 사람이 좋다.

솔직히 말하면
남들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좀더 노력하며 살고 싶다.
이런게 아마 내 인생의 최대의 목표일꺼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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