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scellaneous Genre

술과 공허함

by 개인교수 2006. 11. 21.
나의 음주 역사는 내 나이에서 19살을 빼면 된다.
즉 고등학교때 까지는 전혀 술 담배등을 하지 않았다. 당시로써는 거의 당연한 얘기 겠지만...
고3 말 대입고사를 마치고 바로 그 날 부터 나의 음주의 역사는 시작 되었다.

물론 시험을 위해서 술을 안 마신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당시 나에게 있어서는 대입시험 자체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것 같다.
남들처럼 5시간 자고 공부 했다거나 그런적도 별로 없고, 특별히 책상앞에 앉아서 공부해 본 기억 조차 없다.

그렇다고 불성실하지도 그리 성실하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때도 학교 친구들과 짱깨방에 놀러가서 남들 다 담배 피울 때 거의 나만 안 피웠던것 같다.
별 이유는 없었지만 원래 기관지가 않좋아서 몸에서 거부한 면도 있는것 같았다.
그것도 시험 후에는 하루에 1갑이상 피우는 골초로 변했지만.....

지금 기억으로 장충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친구들과 (아! 그날 눈이 왔음) 짜장면 먹고 거리를 헤메다 동대문에서 난생 처음 생맥주라는것을 처음 마셔 봤다.

대략 술집 주인도 막 시험보고 온 학생이라는것을 알고 성인 대접을 해 줬던것 같다.
교복입고 술집에 들어갔었는데도 별 말이 없었던걸로 미루어 봐서는...

당시에는 흑맥주라는것도 팔았다. 물론 요즘의 기네스 스타우트와는 다른 정말 흑 생맥주다. 검은색 황색 골고루 시키고, 아침에 든든히 받아 나온 용돈으로 안주도 시켜서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 마신 술이어서 그런지 500cc정도 밖에 못 마셨다.

그래도 그거 마시고 좋다고 동대문 뒤 낙산에 올라가서 썬이라는 지금은 없어진 담배 한갑 사가지고 친구들과 나눠 피웠었다.
마로니에 공원 쪽으로 내려오면서 또다시 포장 마차에 들러서 각각 소주 반병씩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서 바로 오바이트 했던 기억이 있다.

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유난히 술에 쎘던것 같다. 대학 1학년 초에 이미 맥주 5천 cc를 별 무리 없이 마시는 수준으로 까지 발전 하였고, 소주도 최소 2병 이상씩은 마셨다.
게다가 담배도 하루에 거의 두 갑씩 피우는 수준으로 급격히 발전해 갔다.

그리고 친구들과는 30일 연짱, 60일 연짱 술마신 기록들을 서로 비교해 가며 자랑 삼아 이야기 했었다.

대학교때는 미팅도 약 서너번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당시 황신혜와 종로2가에서 미팅 한 적도 있었다. 현재는 잘 나가는 탈렌트지만 당시에는 인천에 있는 전문대 항공운항과 다니는 스튜어디스 지망생이었다.) 아무튼 난 친구를 만나건 새로운 여자와 미팅을 하건 무조건 술 이었다.
술 없이 저녁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것 조차 싫었다.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현재는 낮에는 술을 안마시고, 그 전날 너무 많이 마셔도 그 다음날 안마신다.
그러나 과거에는 거의 매일 혹은 최소한 이틀에 한번은 마셨었다. 그렇다고 해서 건강에 큰 지장도 없었고 흔히 얘기하는 위가 빵꾸난적도 없다.

담배,
약 2년전에 본의 아니게 담배를 끊었다. 끊을라고 해서 끊은건 아니고 그냥 끊겼다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난 현재도 다시 담배를 피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잘 안된다.
이미 정신적으로 담배 냄새만 맡으면 얼굴이 찡그려진다.

술,
단 한번도 끊으려 한적도 없고 끊을 필요조차 못 느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술 마시고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공허함 이란 이루 말 할수가 없다.
왜 그리 공허한 걸까?
시끄러운 술자리의 소음에서 벗어나면서 갑자기 엄습해 오는 외로움 때문인가?
아니면 이것도 일종의 우울감 인가?
아직은 사태파악이 안된다.

또 오후 3-4시쯤 되면 오늘은 누구와 만나서 술 마실까? 이런 생각을 분명히 할 것이다.

술을 이제 그만 마실까?

'Miscellaneous Gen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안 마신 토요일의 단상  (5) 2006.12.03
프랑스와 개새끼  (4) 2006.11.27
우리 동네 턱 긴 애  (4) 2006.11.16
불안한 나날들...  (1) 2006.11.13
너에게 난, 나에게 넌  (0) 200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