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혼자 술 마실때 틀어 놓을 영화가 생겼네.
불금에 집구석에 처박혀 술상을 펼쳐 놓고 테레비를 대면하고 있으면, 화면에서라도 누군가가 술 이라도 마셔줬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는데, 드디어 술마시는 장면이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영화를 발견했다.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굳이 띄어쓰기를 하면 안된다고해서 어거지로 붙혀쓰려니 오히려 더 힘드네..
홍감독 특유의 찌질한 숫컷의 욕망을 역시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여주는데 그에 반응하는 여자의 심리가 흥미롭다.
소리를 안켜고 영화를 보면 같은 내용을 두번 반복해서 상영하는듯 같은 내용이 두편이 연이어진다. 전편의 함춘수(정재영분)와 후편의 함춘수의 태도에 따라서 여자(김민희분)의 반응이 현저히 달라질 수 있다는 "여자꼬시기의 정석"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후편이라고 해서 뭐 더 고급스킬을 쓰는것은 아니고 오히려 웃음이 나올 정도로 더욱더 찌질하지만, 역시 여자는 그런걸 더 좋아하는가보다. 그래서 역시 여자는 이른바 "나쁜남자"를 좋아하는 것인가?
전편에서 칭찬 일색으로 여자에게 아부를 했던 춘수는, 후편에서 여자를 적당히 비판도하고 객적은 눈물도 보여주며 여자의 마음을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전편에서의 춘수는 타인에 의한 추궁에 의해 결혼사실이 드러나고 여자는 실망하지만, 후편에서의 춘수는 본인의 입으로 결혼사실을 밝히며 "비록 결혼했지만 사랑하는것 같다고 고백한다".
왠만한 선수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찌질의 극치이지만, 그런것들에 여자들은 감동을 하나보다.
여자와 술먹다 담배피우러 나온 춘수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반지를 하나 줏는다. 그것을 여자에게 준다. 그리고 그 반지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거 우리 결혼반지예요" 라고... 미친놈...ㅎㅎ 우리들의 찌질하고 유치하고 유쾌한 미친놈...ㅎㅎ
그런데 여자는 그걸 또 좋아한다..
오래전 우연히 어떤 여자를 만나 어찌어찌 술을 마시게되고, 헤어지기전에 갑자기 나에게 뽀뽀를 했던 여자가 생각난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안나지만, 나도 그 당시 아마 영화속의 춘수처럼 행동 했었겠지?
홍상수 영화 대사 하나하나에는 주옥같은 어색함이 묻어있다. 그냥 배우들에게 애드립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도 그 한마디 한마디를 감독이 지정해 준거겠지?
아무튼 홍감독 전전편 영화 "북촌방향"에서의 찌질함 보다 더 찌질한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 여자들은 이런거 좋아하는구나!!! 이건 남자의 진실도 아니고, 진심이라고 믿고 싶은 그 여자의 선택이겠지만...
그나저나 마지막 눈오는 배경에 사당역부근 남현동 막걸리집 석갑순여사의 18번인 "봄이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피네" 가 계속해서 여러 variation 으로 귓가를 자극하네...
2014/01/20 - [Miscellaneous Genre] - 북촌방향
2007/12/01 - [Miscellaneous Genre] - 생활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