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scellaneous Genre

세상과 연애하기

by 개인교수 2010. 8. 19.


1.
최근 아는 후배뻘 되는 친구들이 "세상과 연애하기" 라는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말랑말랑한 표현의 간판을 걸고 서울대 입구역 쪽에 북카페를 차렸다. 한번도 안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온라인 카페에 있는 사진으로 봐서는 계집애 정서 비스무리하게 예쁘게 꾸며 놓은듯 하다.

내가 어찌어찌 알게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우리동네 시각디자인과 나와서 인쇄물 편집을 하는 후배가 자주가는 빠(Bar)의 빠텐더가 몇몇 지인들과 합세해서 북카페를 차렸고, 가끔 민노당 얘기도 나오고, 아무튼 그 빠텐더가 그 카페의 주인이며 내 후배는 캘리그래퍼로써 세상과 연애하기 라는 간판의 글씨를 써줬기 때문에 들은 풍월로 알게된 것이다.

약 3-4일 전에 그 빠를 후배와 함께 갔다.
빠텐더는 늘 그러하듯 나를 반갑게 맞이 했고 이미 거나하게 취한 빠텐더는 나에게 선배님 같은 분들이 젊은이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며 횡설수설 했다.
그리고 마침 내 뒷편으로는 세상과 연애하기 네이버 인터넷 카페모임의 남녀가 대여섯명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있었다.

빠텐더 후배는 나도 자기가 만든 카페에 가입해서 우리가 세상을 위해 무었을 해줘야할지를 고민하고 토론해보자라는 취지에서 지속적으로 나의 가입 및 그들과의 같이 어울림을 종용했다.

2.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 부류중의 하나는 어설픈 박애주의자 들이다.
물론 가장 싫어하는 부류는 흑도 백도 아닌 늘 중간에서 엣지의 양편에 있는 사람들을 은근히 욕하는 어설픈 중재자 들이지만...
아무튼 나는 위선자들을 가장 싫어한다. 물론 그들의 아름다운 애민(?)의 마음을 매도하는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도데체 뭔데 사람들을 약한사람 강한사람으로 분류해 놓고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겠다는건지? 그 발상 자체가 이미 지 잘났다고 부리는 허세의 일종인 것을 그들 자신은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남을 교육시키고 싶지도 않고, 상대방이 그동안 쌓아온 고정된 가치관에 일말의 영향을 줄 생각도 없고, 얉은 지식과 세치의 혀로 설득시킬 생각도 없다.

다만, 자신의 지식과 생각으로 나를 설득하려 한다거나 교육시키려 한다거나, 나의 생각을 바꾸려 한다면 그 때는 같이 토론할 용의도 있고 대화할 용의도 있다.
그러나, 대략 그런 대화를 시도 하려는 인간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자신의 지식이나 지성으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 하고 있고, 자신이 품은 생각이 너무나 확고하여 토론과 좌담을 할 생각은 근본적으로 없고, 단지 자신의 생각만을 우겨 넣기로 설파할 목적인 경우가 많다.

3.
내가 한 때 하리수가 완전히 여자로 호적상 인정을 받고 곧 바로 입양드립(요즘 이 표현 아주 입에 쩍쩍 달라붙네 ^^)을 치고 다닐 때, 나중에 성장한 자식이 엄마가 원래 남자 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아노미 및 경악감을 글로써 경고한 바가 있다.  
그리고 거기까지 인정해 줬으면 제발 거기까지만 행동 하라는 취지의 글 이었다.
즉, 많은 트랜스젠더나 게이들이 커밍아웃을 마치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행위인양 착각하는데, 그건 니들 생각이고, 그냥 단지 음지에 있다고 알린것에 불과한 것이다 라고도 썼다.
일반적인 장애인들은 신체적 혹은 지능 관계에 있어서의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트랜스젠더나 게이들은 선천적인 경우를 빼놓고는 후천적으로는 자기들이 성적인 대상을 동성으로 보거나 하는 일종의 변태성향에서 나온것이다.

그 글 아래 달린 댓글 중 유독 어설픈 박애주의자들이 남긴글 들이 많았다. 트랜스젠더나 게이들도 존중받아야 한다는니.. 하는 류의 글들..
난 뭐 별 존중 까지야 할 수 있겠냐만,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보는 그들의 눈들이 왠지 허세 같고 위선 같다. 대부분의 박애주의자들의 댓글은 이미 그들을 불쌍히 보는 시선에서 출발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을 불쌍히 보지도 않고 그렇다고 존중하지도 않는다. 게이가 그리 존중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과 바운더리가 있고, 또한 나는 홍석천이나 하리수와 언제라도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친구로 지낼 수 있다.

난 그러나 그들을 불쌍한 시선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들을 측은지심으로 보는 시선이 옳은 건지?? 오히려 내가  어설픈 박애주의자 들 보다는 더욱더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것은 아닐까?

신체 장애자들을 보면 그저 무덤덤하게 그들의 생활방식을 멀리서나마 이해하는 것과
굳이 값싼 동정심으로 불쌍하게 쳐다보는 시선중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인지??

4.
아무튼,
네이버 카페에 있는 세상과 연애하기를 들어가 보고 나도 요즘 할 일없는데 그들과 대화도 하고 싶지만, 앞에서 지적한 왠지 어설픈 박애주의자들의 모임 일것 같아서 왠지 꺼려진다.
그러고보니 카페 광고글 같이 되버렸군..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좋은 카페임에는 틀림없다.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좋은 카페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사실상 회원 가입할 자격 자체도 없다.
예전부터 그러했드시, 젊은이는 의식을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어설픈 동정심으로 어설프게 도움을 준다든지, 어설프게 울고 어설프게 웃고 어설프게 어울리면 안된다.

5.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야하는 것은 맞다.
냉소를 보내기 전에 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또한 옳은 일이다.

다만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나, 세상을 향해 냉소를 띄우나
여전히 변하지 않는 그들이 있고 내가 있기 때문에
결국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 변하지 못한다면...




'Miscellaneous Gen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 자식을 새끼라고 부르는 여편네들  (3) 2011.06.27
새벽  (0) 2011.05.06
巧言令色 鮮矣仁  (0) 2010.07.14
글을 쓴다는 것  (0) 2010.07.12
이거 뭐하는 부분이야?  (5) 201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