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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Genre

우연히 여학생을 만나다.

by 개인교수 2009. 3. 26.
갑자기 살기가 어려워져서 죽지는 못하고 별 시시껄렁한 일을 하고 있는 요즘, 같은 건물내에서 우연히 아주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 추억의 여학생과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

고둥학교 시절 광화문과 종로5가를 지난 마로니에 공원, 그리고 종로6가에 살았던 그 시절, 그 여학생은 진명여고를 다녔고, 그 여학생의 어머니는 종로1가 피막골 에서 기차집 인지 열차집 인지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빈대떡, 생선구이, 막걸리 장사를 하고 계셨다.

여학생의 집은 당시 깡패학교로 유명한 중동고등학교 뒤, 한국일보 담벼락 뒤 였고, 언니와 동생 3명이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당시 명문 5대사립 하나인 중앙고에 재학했으며 검은 교복에 노란색 쇠단추, 후크를 채우고 다닐 시절 이었으니, 세월의 지나감을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세월에 그럭저럭 나도 뒤엉켜 앞서거니 뒷서거니 따라가고 있는 요즘, 참으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종로풍의 얼굴,

흰카라에 검은 교복 입던 여학생에게만 나올 수 있는 바로 그 얼굴,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뒷걸음질에 눈치만 보던 시절에 보았던 바로 그 종로풍의 얼굴,
동대문이나 독립문 밖만 넘어가도 절대 나올수 없는 그 종로풍의 얼굴,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일 어떤 여자에게서 그 시절의 얼굴을 발견했다.
그냥 발견했다는 얘기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더 허무하다.


2006/11/06 - [Those days] - 나의 광화문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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