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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Memories

평화의 기도

by 개인교수 2006. 12. 4.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 1.2 면 벌써 사춘기를 겪는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사춘기가 중 고등학교 시절에 왔던것 같다.

컴퓨터라는것 자체가 없던 시절,
사춘기가 오면 사내아이든 계집아이든 예쁜 시집을 들고 다니며 감상하고,
친한 친구들과 도란도란 모여 앉아 수줍게 이상적인 여자아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하고,
그림이 엷게 배경처럼 인쇄된 편지지나 그런 종류의 노트에 시를 옮겨 적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했다.

내가 중 1때 부터 좋아했던  나와는 2년 차이가 나는 황금주라는 누나가 있었다.
당시 유치한 마음에 황금박쥐라며 놀리곤 했었다.
그리고 나서 그 누나 집 근처를 맴돌며 혹은 엿보기도 하고, 행여 다른 남학생들과 말이라도 하는 모습을 볼때면 괜시리 마음만 상해서 '다시는 그 누나와 말을 안하리라' 다짐 하곤 했었다.
내가 그리는 그림의 모델은 온톤 그 누나 였고, 내 머리속에는 하루종일 그 누나의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내가 광화문 쪽으로 이사 간 후에도 여전히 주말만 되면 원래 살던 동네로 가서 그 누나를 만나곤 했었다. 전화 걸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아 대부분 그 누나의 집 근처에서 친구들과 노는척 하다가 그 누나가 나오면 부르는 그런 식이었다.
지금 와서의 착각 일런지는 모르겠으나 그러고 보니 그 누나도 나를 좋아 했던것 같다.

나는 점차 광화문에 적응해 가면서 원래 살던 동네를 멀리 했고, 당시 이미 중3이어서 공부하는 시늉 이라도 했어야 했다.
중 3부터는 생긴 새로운 취미는 바로 남성중창 이었다.

바로 이 평화의 기도라는 곡인데, 화음의 최고조에 이르러 단 한올의 불협화음이나 음의 처짐이나 낮아짐이 없을 때는 그 희열에 눈물이 핑 돈다.
거의 카타르시스를 맛 볼수 있다.

이 노래를 친구들과 하면서도 나는 그 누나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 후 고등학교 대학때도 자주 불렀지만 당시의 감흥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각인되어 버렸다.

지금 그 누나를 만난다면 아마 실망할 확률이 더 많겠지만, 그래도 꼭 한번은 만나서 내가 정말 좋아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연주 : 숭실OB남성합창단(연주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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