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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se days

혼자만의 만찬

by 개인교수 2009.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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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차이신(유채꽃 줄기라고 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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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천식당에 앉아 음식을 시키고 청도맥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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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을 삶아 사천 마라 기름에 찍어 먹는 요리. 위에 있는 푸릇푸릇한 채소는 한국사람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향채(코리앤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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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누구나 아는 마파두부 이다. 맛은 오리지날 사천요리로써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다.

바쁜 주중의 어느날 약속을 깨고 혼자 저녁식사를 한다.
이곳에 온 지도 벌써 1개월이 훌쩍 넘어가는데 제대로 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 보기는 이날이 처음이다.
매일 공장내의 조선족 아줌마가 해주는 한국식 음식에 질릴대로 질린 나는 업체와의 약속을 핑계로 일찍 퇴근해서 이리저리 기웃 거리다 사천식당에 들어갔다.

정말 흐뭇한 마음으로 음식을 보고 있으려니 집 생각 친구 생각 애 생각이 간절하다. ㅠㅠ
이런저런 생각 지우려고 열심히 맥주를 마신다.
술기운이 올라 몇 개의 음식을 더 시켰는데 종업원들이 혼자서 너무 많이 시키는게 아니냐? 그만 시키라고 한다. '짜식들 속도 모르고...' '난 정말 음식의 맛을 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시킨건데....' 하기야 혼자와서 미친놈 처럼 이것저것 시키니까 음식의 가격을 상기시켜 주려고 말린 모양이다.

아! 니미럴..
이 외로운 시절은 언제나 끝나나?
빨리 돈벌어서 생맥주집이나 해야지...

어느 누구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밤이다.
혹시 누군가에게서 문자라도 왔을까봐 괜시리 한국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혼자 앉아 있기 무료해서 핸드폰으로 틀린그림 맞추기 게임도 해 보면서 마치 그냥 혼자 앉아 있는게 아니라 틀린 그림을 맞추기 위해 이 식당에 앉아있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암시한다.
참으로 무료하다.
그리고 춥기는 왜이리 추운지 밖에는 바람이 쌩쌩분다.

술이 얼얼해지고 밖으로 나오면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매섭게 때린다.
입에서는 즉각적으로 "에이 씨발!!" 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나중에는 어디 외국 근무해도 따뜻한 나라에서 하든가 해야지 원...

이대로 집에 들어가서 자기는 싫지만 혼자 궁상떠는것도 한계가 있는 지라.. 청포도 한송이 사가지고 아파트로 올라온다.
하릴없이 TV를 틀었는데 강호동의 강심장이라는 프로가 눈에 들어온다.
미친듯이 냉장고로 가서 맥주를 꺼낸다음 쇼파에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맥주를 마시며 TV 를 본다.
이런 니미럴 뭐가 재미있는지 낄낄 웃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씁쓸해 진다.
그만 자야지...
그래야 내일 아침 또 고생 안하지..

침대에 누우면 위해의 뿌연 밤하늘이 보인다.
바다에서 올라온 안개가 하루종일 온 위해를 감싼다.
눈이 점점 침침해지면서 시야가 불편해 진다.

아무튼 여러모로 X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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