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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Genre

여름 생각

by 개인교수 2007. 7. 18.


또 다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구나.
장마가 걷힐 쯤이면 가슴 한 구석에선 항상 어딘가를 가야한다는 생각에 잔잔히 설레인다.
바다든 강이든 산이든......,

그저 나이 먹었어도 설레이고 돌아다니고 싶어하는 마음은 18세 소년처럼 여전하고,
낭만과 추억을 생각하는 마음도 여전하다.
요즘은 술을 하도 마셔서 그런지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다.
슬픈일이 있는데도 별로 느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금세 망각되어져 버리고,
즐거운일이 있어도 금세 시들해진다.

젊었던 시절의 그 여름처럼 지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동해안의 이포구 저포구 돌아다니며 소주를 퍼 마시고,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페인처럼 일어나서 아픈 머리를 쥐어짜며 다시 길을 재촉하던 시절,
도데체 뭘 위해서 그 지꺼리를 하고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름다웠던 그 나이에서만 할 수 있었던 추억이었다.

여름의 반 이상을 방황하다,
술 퍼마시다,
기타치면서 놀다가 그렇게 흘러가버린 청춘의 세월들...
난 아직도 그렇게 그 바닷가에서 지내고 싶은데
지금 다시 바닷가로 나가면

그저 그런 나이들은 어떤 사내의 뒷모습일것이다.

이제는 술마셔도 낭만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추태가 앞설것이고,
사고방식도 진취적인 건전함에서,
퇴폐적인 희롱의 말과 혼자 키득거리는 냉소적인 언어들로서 상대방의 심장에 비수를 꽂고 다닐것이다.
더 이상의 낭만과 더 이상의 진실함은 없다.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을 안하는 것 그 자체가 거짓이고 진실의 위장이다.
슬픈데도 슬프다고 말을 안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살기 보다는 남에게 보여지는 삶을 살고있기 때문이다.
기쁜데도 기쁘다고 말을 안하는것은 슬픔이 올까봐 지레 겁먹기 때문이다.
마치 미리 이별을 염두에 두고 사귀는 연인들의 마음처럼...

그냥 이것저것 생각안하고 아주 편하게 바닷가에 가서 쉬고싶다.
삶도 피곤하고, 정신도 피곤하고...
여러모로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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