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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Genre

오뎅바의 안좋은 추억

by 개인교수 2007. 5. 1.


언제부터 인지 사람들이 빙 둘러서 자유롭게 오뎅을 집어 먹으며 소주나 정종 한 잔을 마시는 오뎅바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당역에서 내리면 잘 나가는 오뎅바가 2-3개나 있다.

약 3일 전쯤 동네 형이 일찌감치 오뎅바에 있으니까 잠시 나오라고 해서 거의 6시 정도에 갔다.
그 XX오뎅집은 이미 일을 한 지가 10년 도 넘었고, 나도 주인 아주머니와는 친한 사이였으나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자주 가지는 않았었다.

동네형은 바에 앉지를 않고 일반 테이블에서 오뎅 냄비를 시켜 놓고 정성스레 정종을 빨고 계셨으며, 나도 자연스럽게 정종을 한잔 시켰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바에는 손님 한 분과 어떤 60은 넘어 보이는 또 다른 한 분이 소주를 마시고 계셨다.
언뜻봐도 점잖게 차려입으신 분 이었는데 술을 드시면서 계속 잔기침과 헛기침을 번갈아 하고 계셨다. 담배가 원인인듯 했다.

내가 그런곳에 가서 바에 앉기를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코 앞의 오뎅 건너에서 들려오는 술취한 인간들의 말소리와 담배냄새,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애정행각 같은게 보기 싫어서 였다.
그리고 내가 친구와 얘기하는 중요한 이야기도 그들이 듣는게 싫었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조심하지 않으면 날라다니는 담뱃재가 오뎅 국물 위로 떨어진다든지,
이 오뎅 저 오뎅 꺼냈다 집어넣다 하는 꼬라지와,
큰 소리로 얘기 하면서 튀는 오뎅 파편이 바로 앞의 국물에 들어가는 모습 또한 상상하기 싫어서였다.

아직은 해가 지지 않은 오후 6시에 홀로 앉아서 잔기침을 하던 노신사가 갑자기 "캭~~" 하고 소리를 내신다.
가래를 뱉겠다는 예비 신호이자 기관지에 늘어 붙어 있는 가래를 남김없이 뱉어 버리겠다는 흡사 운공초식을 하듯 기를 모으는 과정 일텐데....,
잠시 후 마땅히 들려야 할 "퉤~~!!"라는 소리가 들리질 않았다.

그 노신사의 손에는 이미 준비된 휴지가 들려져 있었고 "퉤~~!!"라는 소리 이후에 그 휴지로 오물을 받아내려는 일종의 에비된 동작 일텐데 어찌된 일인지 "퉤~~!!"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난 갑자기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나도 지금은 끊었지만 담배를 거의 23년 이나 피워댔는데 가래와 호흡의 상관관계를 모를일은 만무했기 때문이다.
"퉤~~!!" 소리가 안났다는것은 "캭~~" 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목구멍으로 삼킨 경우와,
"퉤~~!!"라는 소리를 지르기 전에 미리 구강 밖으로 튀어나가버린 허망한 경우이다.

나는 그 분과는 거의 등을 지고 앉아 있던 상태여서, '캭~~" 소리가 나던 그 짧은 순간에도 박쥐처럼 온몸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그 상황을 판단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내 앞에 앉아 있던 동네형은 그 상황을 정면에서 봐 버렸다.

생각 하기도 싫은 후자의 경우였다. "퉤~~!!" 소리의 아련한 추억을 뒤로 한채 아쉽게도 마치 잘 익은 노르스름한 굴 같은 물체는 "캭~~"소리와 함께 퐁당 하는 소리를 남기며 오뎅국물에 자그마한 파문을 남기고 가라앉았다가 부력에 못 이겨서 다시 수면위로 고개를 내밀었을것이다.

그 순간 둘 다 뭐라 할것도 없이 먹던 오뎅을 집어던져버렸다.
우리가 먹던 오뎅 국물도 어짜피 그곳에서 퍼 온 것이었으며 그 주인 아줌마의 말을 빌리자면 자기만의 오묘한 맛을 내기위해, 혹은 잃지 않기 위해 진한 오뎅국물은 결코 버리는법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 하곤 하셨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들어갔을 수 많은 사람들의 침과 담뱃재, 오물, 먼지 등등...을 그대로 대물림 해서 먹는다는 소리와 같은 것이었다.

전에 장충동 족발집에서 족발 끓이는 육수를 30년 이상 계속 30년 전의 오리지날 육수에 첨가하고 첨가하여 그 집 특유의 전통이 있는 육수에서 건진 맛있는 족발을 만든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사람들이 퍼 먹는 오뎅국물을 구지 그렇게 오랫동안 쑬 필요가 있을까? 반문해 본다.

그냥 그날 그날 신선한 재료를 사서 멸치 넣고 정성스럽게 끓여 주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포의 어느 오뎅바에서는 오뎅바에 있는 오뎅을 주인이 정성스럽게 떠주면서 오뎅주위에는 손님들을 앉지 못하도록 위생에 배려를 한곳도 있던데....

아무튼 한 동안 오뎅바에는 못 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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