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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Memories

호부호형 하지 못했던 남자

by 개인교수 2010. 5. 4.
아버지, 아빠!!
내가 평생을 불러 보지 못한 유일한 단어, 그 단어를,
초롱초롱한 눈 망울의 아들에게서 들을 때 마다 가끔씩 그냥 아무 이유없이 눈가가 뜨거워 지는 이유는 왜 일까?

아버지 없이 살아온 세월의 회한은 아니고 애비없이 자란 놈 이라고 놀림 받은 일말의 경험은 더더욱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내가 아주 어려울 때, 불쑥 동네 골목 한켠에 나타나 사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던게 아니라 미국에 가서 살다가 돈 많이 벌어서 다시 나를 찾으러 왔다 라고 말하며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그런 희망적인 상상을 가슴속 깊은곳에 늘 지니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코 발생할 수 없을 현실을 두고 나 혼자 늦게라도 돌아온 아버지를 용서를 해 줄까 말까? 숱하게 머리속으로 고민했을 어렸을적, 아니 최근의 나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씁쓸한 희망이 주는 상처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방금 전 SBS를 통해서 본 프로그램에서 좋은 아버지가 되자고 모인 모임에는 나이도 어린놈들도 끼여서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자식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어렸을 때 매일 술 처마시고 집안의 왕 처럼 군림했던 아버지를 증오하며 당신과 닮지 않기를 곱씹으며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현재 자신의 자식과의 관계소원, 애들의 아버지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한 상처등으로 좋은 아버지 되기 모임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부전자전의 고리를 끊겟다는 어렸을적의 다짐은 어디가고 자기 스스로가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형태로 자식과의 벽을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말이 좋아 좋은 아버지 되기 모임이지, 그냥 지들끼리 반성하며 질질짜고 있는 것을 보니 참 한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그 들을 동정하고 싶다.
애비가 있던 놈이나 없던 놈이나 이제는 다 같이 애비가 되어 자식에 대해 전전긍긍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실 아버지가 없었기 때문에, 아직도 아버지 뻘의 남자 어른들에게는 행동의 어색함이 있다. 또한 그런 아버지의 잔소리 없이 자랐기 때문에 그런 나이의 어른들이 뭐라고 하면, 특히 술집에서 옆에 앉아서 그야말로 씨부렁 거리면 난 참지 못한다.
그 대신 아줌마들 한테는 상당히 잘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나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또 아이러니 하게도 여자들 한테는 상당히 냉소적이고 신경질 적이다. 여자, 그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도 솔직히 있는 편이다. 혹시 여자를 너무 잘 알아서 그런것은 아닐런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엄마를 비롯해서 누나, 엄마 친구들, 누나 친구들 등등.. 여자들이 나를 지배하는 구조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자에 대해서도 완전 평등 개념이 일찌감치 머릿속에 자랐는지도 모른다. 아니 원래는 불평등한 구조였는데 내 스스로가 유일한 남자로써 남성평등을 암암리에 쟁취하려고 노력했던 결과에서 비롯 됬었을수도 있다.

죽, 내 스스로는 모든 여자를 완전히 평등하게 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들의 약점도 이해해주지 않았다. 육체적으로 약하다는 점 등 누구나 인정하는 그러한 범위 밖의 즉,  여자니까 이해해 달라는 특유의 여성적인 행동들에 대해서는 과감 했었던것 같다. 과감했었다는 얘기는 이해를 해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저 모자란 인간으로 봤을 수도 있다.
이제는 오히려 그 약점을 이용해서 성의 역차별이 자행되고 있지만... 아무튼...

남자는 결국은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아무도 이제는 나를 지배하지 못한다.
다만 내 자식이 과연 언제 부터 나랑 같이 다니기 싫어할까?
내 자식이 언제부터 혹은 어떤 경우를 통해서 나와의 결별을 선언할까?
이것이 가장 걱정이다.

길떠나는 길동이가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호부호형!
나는 부도 형도 없어서 근본적으로 하지도 못했다.
누군가가 자기를 아버지라고 불러주는 자식들이 있는 세상의 남자들은 정말 행복한 존재들임에 틀림없다. 그 행복을 스스로 파괴하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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