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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Memories

삼겹살 트랜스포머

by 개인교수 2007. 10. 13.
집에서 삼겹살을 구어먹고 있는데 갑자기 5살짜리 자원이가 나한테 "아빠 고기하고 야채하고 꼭 합체 해서 먹어야돼!!" 라고 말을 한다.
최근 마법전사 유캔도와 파워레인저를 즐겨 보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합체! 변신! 파이널키!" 이런 말들을 중얼 거린다.
자원이의 눈에는 모든것이 합체이고 변신이다.

우리집에서는 할머니도 엄마도 고모도 고모부도 아무도 못알아듣는다.
나만 자원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난 얘가 보는것은 반드시 밤 늦게라도 인터넷에서 찾아본다. 그래야만 자원이의 정신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합체와 변신에관한 이야기는 나한테만 한다. 다른 사람은 못알아 들을것이라고 본인도 생각하는 모양이다.

새로 사귄 애인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자원이를 대한다. 우리 애인의 취미는 무엇이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지금 뭘 생각하고 있으며, 뭘 하고 싶어할까. 끊임없이 이러한것들이 궁금하다.
가끔 낮에도 유치원에가서 애를 데려오고 싶을만큼 보고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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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는
항상 뭔가를 궁금해 하고 한번들은말은 꼭 따라한다.
가끔 심심하면 나는 자원이를 데리고 버스를 탄다. 어디 목적있어서 가는것은 아니고 높은곳에서 차창밖의 풍경을 보기위해서이다.
버스에 앉으면 자원이는 쉴새없이 나에게 소근거린다.
"아빠, 여기는 올라가는 길이니까 빨리 가야돼!. 그리고 내려갈때는 조심해서 천천히 가야돼!"
"저기있는 오토바이 아빠꺼랑 똑같네?"
계속 이런식으로 중얼거린다.

그러다 한동안 말없이 차창밖의 풍경만 보면서 간다.

그럴 땐 얘가 도데체 뭘 생각하는걸까 궁금하다.

영어를 공부한다고 책을 사달라고 해서 마땅한 책이 없고 해서 초등학고 4학년 영어교과서를 사줬다. 1과는 나랑 같이 봤는데 얘가 어느 순간 제6과를 혼자 공부하고 있었다. 1과서 부터 순서적으로 그것을 다 본 모양이다.
내가 다 아는지 시험해 봤더니 대강 눈치로 아는 표정이다.

나는 어려서 부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주려고 국어고 영어고 공부하라고 하지도 않을 뿐더러 가르치지도 않는데 얘가 혼자 찾아서 한다.
한글도 이미 다 읽을 줄 알고 혼자서 쓰는 경지이며, 숫자도 100까지는 세는 모양이다. (쓰고 보니 자랑처럼 되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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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까불기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고
항상 수줍어하고.....,

난 이 어린 애인이 배신할까봐 벌써부터 겁이 난다.
어느 순간 자원이도 내가 엄마에게 가끔 그러듯이 말을 안듣고 대들고 큰소리칠까봐 겁이난다.
TV에서 가끔 나오는 어떤 책임없는 새끼들 처럼 애를 데리고 산으로 들어가서 약초나 재배하면서 자연에서 살까?
그러면 나만 바라보고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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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는 요즘 매일 하루에 3번 이상 내 입술에 뽀뽀를 하는데 몇살 때 까지 할까 그것이 궁금하다.

지금 옆방에서 쌕쌕거리며 자고 있을텐데 그래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