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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Memories

내 새끼손가락과 기타 그리고 쇠줄 기타로 친 캐논

by 개인교수 2007. 4. 13.

새끼 손가락이 유난히 짧은 난 일반적으로 잡아야 하는 처음 플랫에서 시작해서 다섯번째 플랫까지 손가락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편법으로 첫 플랫에서 잡고 있던 왼손 검지 손가락을 떼곤 한다.

어느날 나는 느꼈다. '아! 나로써는 기타는 한계가 있구나... 그저 트레몰로 흉내나 내고 남들이 잘 아는 유행곡 몇 개 치는것으로 만족해야 하겠구나' 라고....
그런 실망감으로 젊은날을 보냈다.

오른손가락의 화려함이 있은들 무엇하랴?
왼손가락이 찢어져주지 않는 이상 아무런 소용이 없는게 바로 기타이다.

남들은 속도 모르고 나의 기타 솜씨를 찬양하곤 했었지만, 더이상 발전할 수 없는 나의 기타 실력은 벽에 부딪친듯 암울하기만 했다.
"남들 보다 잘 친다. 그 정도면 굉장한 수준이야.." 라는 말로는 절대 위로가 될 수 없었던 참담한 심경 이었다.

흔히 당구칠때 너무 멀어서 혹은 팔이 짧아서 큐거리가 안되는 애들보고 얘기할때
"기장이 짧은 걸 누구를 탓하냐 이 자식아 니 조상탓을 해야지.." 라고 얘기하듯,
내 새끼 손가락의 휨과 거기서 기인된 짧음은 유전이다.

어머니도 누나도 새끼 손가락이 안쪽으로 향해 휘어 있으며 동시에 무명지의 첫째마디에도 훨씬 못 미치는 거의 두째마디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난 그저 그것만 탓하고 노력을 안 했던것 같다.

오늘 12살 짜리 애가 기타치는 모습을 봤다.
짜식!! 손가락 하나는 훌륭하네...
난 언제 부터인지 누군가가 악기를 연주할 때면 그 손가락을 보는 습관이 있다.
물론 내 새끼 손가락이 짧아서 이다.

아무튼.....
난 요즘 너무 노력을 안하고 사는 것 같다.

에휴 자식 기타치는 모습 귀엽네...
이 아이를 보니 다시 기타를 잡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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