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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ial Tech/Survival Stock

8주간 8배 넘는 수익률 낸 ‘데이 트레이더’

by 개인교수 2006. 9. 6.
최유영(崔裕永·38·울산광역시 중구·사진)씨의 성안동 자택 작업실엔 대형 TV만한 32인치 모니터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모니터 가득히 30여 개의 주식시세와 거래 창이 떠 있다. 워낙 창이 많다 보니 그 큰 모니터에 글자가 깨알처럼 작아 보인다.

“왼쪽 모니터는 움직임을 체크하는 주식들이고 오른쪽 모니터는 팔 주식이에요.”

그러고 보니 옆에 17인치 모니터가 두 개 더 있다. “이건 저한테 주식 배우는 분 거예요. 투자기법 약간하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법을 가르쳐 드리죠.”

지난 8월 2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된 ‘조선일보-대신증권 부자만들기 실전투자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최유영씨의 수익률은 440.35%에 달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 1.30%,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4.04%에 불과했던 8주간의 대회기간 중 원금을 5배 이상으로 만든 것이다.

본인에게 물어보니 “더 벌었는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대회 규정상 관리종목과 감리종목은 수익률 계산에서 제외하는데, 이 종목까지 합할 경우 그는 4700만원으로 시작해서 대회가 끝날 때까지 약 4억원을 순익으로 남겼다(수익률 약 850%).

그는 주식투자로 생활하는 ‘전업(專業)투자자’다. 유전공학을 전공한 그는 IMF쇼크의 와중에도 취업에 성공했지만, 1년 만에 공부를 하고 싶어 직장을 그만뒀다. 학자금을 마련하려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결국 주식투자가 본업이 됐다.

“2000년 첫해에 1000만원을 까먹었어요. 꾸준히 주식을 공부했더니, 2001년부터 수익이 나더라고요. 결국 하려던 공부는 그만두고….” 결혼도 3년 전 거래하던 모 증권사 지점의 띠동갑(열두 살 아래) 여직원과 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식을 사고파는 이른바 ‘데이트레이더(day trader·초단기 주식투자가)’다. 그가 8주간의 대회기간 중 팔고산 주식 거래액을 합치면 275억원에 달한다.

그가 주식을 고르는 기준은 주식시세와 공시(公示) 정도다. 특별한 정보원(源)도 없고 필요도 없단다. 물론, 기업분석도 하지 않는다. 장기투자하지 않을 것이므로 당장 부도가 날 종목만 아니라면 관리종목도 마다하지 않는다.

워낙 많은 종목을 거래하다 보니 그는 자신이 거래한 종목을 잘 기억해내지 못했다. 이번 수익률 대회에서는 장하성 펀드 관련종목인 태광산업을 거래했다가 타이밍을 잘못 맞춰 큰 손실을 봤고, 대신 광(光)통신 관련주인 코어세스를 집중 매매해서 큰 수익을 올렸다는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상승세를 탄 종목에 투자해요. 며칠씩 상한가 쳤다는 개별주식 중 제가 거래 안 해본 주식은 없어요.”

그의 ‘상한가 따라잡기’는 우량주 장기투자라는 주식의 정도(正道)와는 거리가 멀지만 데이트레이더의 전형적인 기본이기도 하다. 그런 방식으로 그는 2001년 이후 매년 1000% 정도의 수익률을 올렸다. 도대체 그가 1000%를 올릴 동안 다른 개인투자자들이 ‘쪽박’을 차는 이유는 무얼까.

“아니다 싶으면 얼른 털고 나오는 ‘손절매(損切賣)’를 할 줄 알아야 해요. 그런데 쉽지 않아요. 손절매가 안 되면 주식은 절대 하면 안 돼요.” 대신증권측은 “증권사 직원들 중 최씨를 따라 하다가 손절매를 제대로 못해 엄청난 손해를 본 사람도 많다”고 귀띔한다.

“데이트레이더는 나태해지면 안 돼요. 체력이 약하면 주식 매매시간에 절대 버티지 못하고 판단 실수를 하게 돼요. 전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서 장 시작하기 전까지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3시간씩 그날 거래일지를 쓰면서 반성하죠.”

그는 매년 초 딱 1000만~4000만원의 원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반드시 돈을 빼내 연초 수준으로 돌려 놓는다. “그게 저 나름의 위험관리예요. 어떤 때는 연초대비 90% 가까이 돈을 잃었던 일이 있지만, 추가로 계좌에 새 돈을 넣은 일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럼 계좌에서 뽑은 돈은? “예금하고 우량주에 절반 정도씩 넣어놨어요.” 주식투자가 직업이고 ‘직장’이라면, ‘가정’에서는 의외로 안전 위주로 가는 모양이다.

“스트레스가 워낙 커서 40세 정도에는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는 “이왕 주식을 오래 했으니 앞으로는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방법으로 바꾸려는 생각도 해 봅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