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조선일보 TV에서 우연히 본 집요한 감독 홍상수의 북촌방향..
별 특별한 설명없이, 제목도 모른 채 봤지만 영화를 본 지 5분 만에 혹시 홍상수가 감독인가? 바로 맞춰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홍상수 색갈이 강한 영화이다.
생활의 발견, 오수정...등등 그의 물 흐르듯한 일상의 한 부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듯한 접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감독이다.
그건 그렇고, <북촌방향>이라는 제목..
사실 어렸을 때 그 동네 살았고, 그 동네 학교를 나온 사람으로써 왠지 "북촌" 이라는 얅팍한 상업적이고 감성적인 지명에 괜히 닭살이 스멀거림을 느낀다.
왠지 시 적인 지명 "북촌"
예전에 다니던 정독도서관을 비롯 해서 예전에 늘 배회했던 계동의 골몰길이 정겨웠지만, 당시에는 북촌이라는 말을 안썼다.
종로에서 학교를 나왔지만, 도대체 북촌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써온 말인지, 남산쪽의 남촌에 대응해서 나온 말이라고 언뜻 들었는데, 그 동네에 살던 사람으로써 정말 금시초문인 생소한 지명이다.
설령 썼다 하더라도 그 곳에 살던 사람이 그 지명을 처음 들어 봤으니, 그것은 외지인들에게 멋있게 보이기 위한 누군가의 의도적인 냄새가 풍기는 지명 조작 이거나, 혹은 조선실록 어디엔가 스치듯 나와있던 지명을 끄집어 내서 관광지의 개념으로 삼으려는 동사무소와 상인들의 교묘한 전술과도 같이 느껴진다.
아무튼 영화에서 경복궁 길 건너편 골목으로 정독 도서관, 창덕여중 뒷길, 계동골목, 그리고 영화 내내 주인공들이 찾아갔던 피마골 에서도 좀 더 골목으로 들어가는 어느 술집이 정겹다.
선술집에서 3달에 거쳐 연습한 피아노곡을 치고, 어제 만난 사람에게서 줏어들은 이야기를 마치 자기가 생각해 낸 이야기 인듯 자연스레 이야기 한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선배와 같이 온 여자와 자기의 옛날 애인 닮은 술집 주인 여자를 꼬시기 위함임은 그런 지꺼리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하긴 그런 행동들이 이미 습관화 되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상대방 여자를 꼬시기 위함 인지 조차 스스로 햇갈리기까지 하지만... 아무튼 마치 성준은 과거의 나, 아니 현재의 나 혹은 후배의 말대로 어쩔수없는 수컷의 찌질한 욕망 이리라.
감독은 모든 남자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노골적로 통쾌하게 까발린다.
결국 술집 주인 여자와 가게의 쪽방에서 하룻밤 자고,
성준이 의도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건, 의도적이 아니었건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다.
또 그렇듯이 눈은 여전히 내리고,
머물러 있거나 흘러가거나,
아니면 좀 더 머물러 있거나 좀 더 빨리 흘러갈 뿐이다.
빛 바랜 흑백사진 처럼 우리의 흘러간, 아니 현재 진행형인 우리 인생의 어느 한 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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