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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Genre

부부 싸움

by 개인교수 2005. 10. 27.
괜한 트집으로 한시간 동안이나 붙들고 늘어진 지루한 부부싸움의 끝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부부싸움이란 다른 싸움과는 달라서 싸움의 이유가 모호하다. 어떤 한 사건에 대해서 부부가 각기 다른 입장의 선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론, 즉, 싸움에서의 승리 또한 각자가 생각한 결론으로 상대방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려 한다.

그러나 잦은 부부싸움은 분명 서로의 관계를 멍들게하고, 혹여 둘중에 하나가 자존심이 강하거나 굉장히 논리적인 사람이 있다면, 싸움을 하면 할수록 부부는 멀어질수밖에 없다.
이 경우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결코 말할수 없다.
비온 뒤 땅이 굳는 그런류의 싸움은 결코 아닌것이다.

한 시간동안 부부의 큰소리를 묵묵히 들으면서 짐짓 딴청을 부리며 눈치만 보는 세살박이 아들을 보면 금방이라도 그 표정이 우스워 웃음이 나올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다시 이전의 화 난 상태로 돌아가 버리기 힘들기에 속으로 웃음을 참는다.

나는 왜 부부싸움을 진정으로 하지 않는것일까?
이건 싸움꾼의 기질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먼저 용서를 했기때문에 화해를 하고자 하는 몸짓의 결과도 아니다.
그냥 싸움중이라도 어떤 우스운 상황이 발생하면, 예를 들어서 내가 말을 하다 혀가 꼬인다든지, 아니면 상대방이 말이 꼬여서 처음의 주제를 잊어버린다든지 하면 바로 웃음이 나와서 그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땅만 쳐다보게 된다.

화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는데도 웃음이 나오는것이다.

이러다 정말 웃으면서 이혼하게 되는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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