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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ap/Miscellaneous

피보나치 수열

by 개인교수 2005. 8. 15.
자연, 우주 속에 ‘피보나치 수열’ 숨쉬고 있어

"봄이니까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니 비로소 봄이라네." 법정스님의 말씀 대로 각종 꽃들이 기지개를 펴는 봄이 왔다. 신기하게도 자연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 주변에서 살고 있는 여러 꽃들의 꽃잎 수를 세어보면 재미있는 규칙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바로 우리가 중학교 수학시간에 어렵게 배웠던 ‘피보나치 수열’이다.
 

가장 일반적인 피보나치 수열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우선 ‘화이트칼라 백합’의 꽃잎 수는 1장, 등대풀(Euphorbia)은 2장, 연령초는 3장, 채송화, 딸기꽃은 5장, 코스모스, 모란은 8장, 금잔화는 13장, 치커리 21장, 질경이는 34장, 쑥부쟁이는 55장 또는 89장이다. 그리고 대다수 꽃의 꽃잎 수는 위에 언급된 1, 2, 3, 5, 8, 13, 21, 34, 55, 89 중 하나에 포함된다.
이들 각 꽃잎 수(1, 2, 3, 5, 8, 13, 21, 34, 55, 89)를 작은 수부터 차례대로 나열해 수열로 만들고 맨 앞에 1을 하나 더 배치하면, 바로 12세기 말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Leonard Fibonacci. 1170~1240)가 1202년 저술한 ‘산반서(Liberabaci)’에 나오는 ‘피보나치 수열’이 되는 것이다.
 

피보나치는 어느 날 집에서 기르던 토끼가 새끼를 번식하는 과정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령 한 농장에서 갓 태어난 암수 한 쌍의 토끼가 사육됐다고 하자. 새로 난 토끼 1쌍은 두 달 뒤부터 매달 암수 새끼 1쌍을 낳는다면, 1년 동안 토끼는 암수 몇 쌍으로 불어나는가?>
이 문제를 풀어보면, 먼저 토끼가 갓 태어난 새끼 한 쌍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1개월 및 2개월 동안은 새끼 1쌍이 그대로 있고 셋째 달에 암수 새끼 1쌍을 낳았기 때문에 총 암수 2쌍이 된다. 넷째 달에 암수 어미 한 쌍이 또 암수 1쌍을 낳아 총 3쌍이 되고, 다섯 째 달에는 어미가 또다시 1쌍을 낳고, 새끼도 어른이 되어 1쌍을 분만해 총 5쌍이 된다. 매달 암수 쌍의 수를 수열로 나열하면 1, 1, 2, 3, 5, 8, 13, 21, 34, 55, 89.. 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피보나치 수열인 것이다.
 

이 수열의 특징은 2=1+1, 3=1+2, 5=2+3처럼 3항 이상의 수는 바로 전 두 항의 합이란 점이다. 이 수열을 따르는 예를 자연계에서 더 살펴보자. 해바라기 꽃 가운데 부분에는 씨앗이 촘촘히 박혀 있다. 이 씨앗의 배열을 자세히 보면, 보는 방향에 따라 시계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휘감으며 도는 나선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해바라기의 나선 수는 대개 21개와 34개, 혹은 34개와 55개다. 즉 해바라기 씨는 피보나치 수열에 따라 씨를 배열하면서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씨를 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꽃잎의 개수에서도 꽃잎은 꽃이 피기 전, 봉오리를 이루어 내부의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리저리 겹치면서 효율적인 모양으로 암, 수술을 감싸기 위해 바로 피보나치 수열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또한 소나무 주변에 떨어져 있는 솔방울 씨앗의 배열을 살펴보자. 꼭지를 향해 말려들어가는 두 가지 방향의 나선 모양 씨앗을 보는 방향에 따라 시계 반대방향과 시계방향으로 각각 세어보면 8개와 13개다. 그밖에 줄기에서 잎이 나와 배열되는 방식을 나타내는 잎 차례도 피보나치 수열과 관계 있다. 또한, 참나무와 벚꽃나무는 이들 식물의 줄기가 2번 회전하면서 5개의 잎이 나온다. 버드나무, 포플러, 장미는 3번 회전 하면서 8개의 잎이 난다. 줄기와 잎이 서로 피보나치 수열의 수를 택한 이유는 식물이 자신의 잎을 배열할 때 위의 잎을 가리지 않고 햇빛을 최대한 잘 받을 수 있도록 엇갈리게 잎을 배치하려 하는 속성 때문이다.
 

그 밖에 우주의 나선은하계, 태풍의 눈, 앵무조개 껍질, 알래스카 큰뿔 양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많은 회오리 모양에서 정 중앙을 중심으로 십자선을 그어 보면, 일정비율로 점점 커지는 원주가 연속해서 나타난다. 그런데 점점 길어지는 각 원주의 반지름 길이를 비율로 나타내면 1:1:2:3:5:13..로 역시 피보나치 수열의 수를 따라 그 회오리가 커져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피보나치 수열의 또 다른 신기한 점은 앞 항으로 다음 항을 나누면 「1/1=1」, 「2/1=2」, 「3/2=1.5」, 「5/3=1.666」 「8/5=1.6」「13/8=1.1.625」「21/13=1.615」등이 되는데, 이를 계속해 보면 바로 황금비율 ‘1 : 1.618’에 근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황금비율은 우리 몸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 팔의 길이를 어깨 폭으로 나눌 경우 △ 사람 키를 발끝에서 배꼽까지의 높이로 나눌 경우 △ 각 손가락 두 번째 뼈마디 길이를 맨 위 첫째 뼈마디 길이로 나눌 경우 △ 손가락 아래 세 번째 뼈마디 길이를 역시 두 번 째 뼈마디 길이로 나누면 이 황금비율에 가깝다.
또 잘 생겼다고 하는 얼굴을 분석해 보면, 코끝에서 두 눈동자를 좌우로 연결한 선까지의 수직높이를 입술 정 중앙에서 코끝까지 길이로 나누면 황금비율이 되고, 또한 두 눈동자 좌우를 연결한 선부터 턱 끝까지 수직높이를 역시 코끝에서 두 눈동자를 좌우로 연결한 선까지의 수직높이로 나눠도 황금비율의 수가 나온다. 또한 계란의 높이를 좌우 길이로 나누어도, 그리고 소라 껍질, 조개 껍질의 각 줄 간의 비율에서도 황금비율은 등장한다.
 

결국 피보나치 수열과 이 수열이 만들어낸 황금비율은 자연 속에 내재된 채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으며, 자연계는 이 같은 수학적 질서에 맞춰 운행하고 그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묘한 자연의 비밀을 담고 있는 피보나치 수열.
지금 잠시 글 읽는것을 멈추고 우리 몸에 숨어 있는 피보나치 수열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체험이 될 수 있을것 같다.
과연 내 얼굴은 피보나치 수열의 황금비율과 얼마만큼 차이가 있을까?
부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가운데 이 아름다운 황금비율을 가진 독자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글: 서현교 -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