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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se days

크리스마스 이브의 꿈

by 개인교수 2017. 12. 25.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다시 다니게 되었다.
출근해보니 여직원들이 내 자리 챙겨준다고 분주히 움직이고 새로운 노트북과 데스크탑을 설치해 준다.

예전에는 상무님이라고 불렀는데, 내가 회사의 상무로 다시 근무하게 되었으니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암튼 그 분은 웃으면서 반갑게 맞이해 준다.
언뜻 들으니 부사장님이나 부회장님 이라고 누가 그러는 것 같았는데 호칭을 잘 못 부를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쇼파에 앉아서 내 자리 준비될 때 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상무님" 이쪽으로 오세요 라는 소리에 가보니 아담하게 꾸며논 방은 유리와 블라인드로 되어 있어서 직원들의 근무 현황을 다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한순간 직원들이 출근 하는데 내가 다시 왔다고 나를 보러 온 예전 동료들이었다.
어떤이는 누군지 가물가물 했는데 예전의 부서 이름을 대 고서야 알아볼 수 있었다.
다들 진심어린 환영 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저녁 때 회식을 한다고 회사 근처의 식당으로 5시까지 모이기로 했다.
나는 회사문을 나오며 이게 사실인지 꿈인지 몇번을 확인하며 몸을 꼬집어보기도 하고 긁었다.
완벽히 꿈은 아니었다.
꿈이라면 몸을 뒤척거리면 바로 눈치 채기 마련이다.

"근데 어떻게해서 다시 여기에 근무하게 됐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과정이 떠오르지 않는다.

회식장소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문열고 들어 가면서 생각해보니 '지금 혹시 내가 죽은거 아닌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혀 현실감이 없었다.
꿈도 아닌데 이토록 현실감이 없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일 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길 건너다 언뜻 버스와 스친것 같기도하고... 아무튼 불안했다.
레스토랑 바로 아랫편에는 교회가 있었다. 그 교회를 가보면 혹시 뭔가 단서가 있지 않을까해서 교회문을 슬쩍 열어보았다.

만일 우리집 식구들이 있다면 난 죽은 건가?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이브라 모인건지 아니면 장례식 때문에 모인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장례식은 아닌듯 했다.

교회를 빠져나와 다시 생각해보니 낮에 만난 직원들 중에 몇몇은 아무리 생각해도 본적이 없는 사람들 이있다. 
내가 예전에 퇴사하고 나서 들어온 사람들 인가 생각해 봤지만 어떻게 그렇게 반가워할 수가 있지?

그리고 그중에는 언뜻 그 회사와 관계 없었던 동창 얼굴도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출근할 때 버스에 치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아. 난 지금 죽은 상태구나!, 내가 갑자기 이 회사에 입사할 일이 뭐가 있지?'
불현듯 아까 회사에서 본 직원들 혹시 다 죽은 사람들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30살 대리시절 상무라고 부르던 사람이 아직도 근무를 하다니... 그 사람은 충분히 죽을 나이가 됐을텐데...

그러면서 슬퍼지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는데 절대 꿈이 아니라니... 너무 미칠 노릇이었다.
할일도 많은데 이렇게 허망하게 죽었구나! 정말 인생무상. 이렇게 쉽게 좋은 사람들과 한 순간 이별을 하다니...

누구라도 나타나서 넌 죽은게 아니라고 말해주었으면 좋으련만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고 회식자리에 가기가 두려워졌다. 그래도 거기가면 뭔가의 답이 있겠지..
회식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언뜻 눈을 떳는데 꿈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크리스마스에 꾼 이 꿈...
인생은 백일몽 일장춘몽... 허망하다...

너무 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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