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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Genre

우리 동네 턱 긴애 - 2

by 개인교수 2007. 4. 19.

어젠 9시30분쯤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동네 맥주집으로 갔다.
원래는 자주가던 곳 이었는데 주인이 바뀌고 새롭게 단장을 그런지 그 이후로는 한번도 간적이 없던 곳 이었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왼쪽 모퉁이 창가쪽에 우리동네 턱긴애가 혼자 좌정하여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내가 만나기로 한 사람들은 반대편 쪽에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나는 턱긴애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내 일행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그.. 저 놈도 정말 심심한 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오래간만에 일본에서온 반가운 얼굴과 최근 부쩍 가까워진 동생과의 대화를 시작 하였다.

비어축제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사라칸스(? 새로운 맥주집 이름)의 시대가 시작되었는데 여전히 턱긴애는 망령처럼 그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새로운 주인들과의 교감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주인여자는 한눈에 봐도 젊었을때 한 가닥하던 룸 출신이 분명했고, 같이 일하는 녹색 상의에 분홍색 바지를 입은 여자도 그 계통 출신이라고 이마에 써있었다.
분홍색 바지가 다가와서 맥주잔을 놓고 갈때마다 그녀의 항문은 열심히 그녀의 바지단을 씹었다 뱉었다를 반복 하였다.

그 전서부터 턱긴애는 기회 있을 때 마다 주인 아줌마에게 안주와 술에 대해서 계속 말을 걸면서 자신의 주장을 어필 하였고, 다른 손님들이 올때마다 아줌마를 불러서 "저 사람들은 원래 이곳 단골이니까 잘 해주세요".. 등등을 말하고 있었고, 심지어 나중에는 나에 대해서도 학교는 어디 출신이며 현재 무슨일을 하고 있고 ... 잘 안들렸지만 그런식으로 계속 말하고 있었다.
난 그 자리에서 "어이!! 왜 쓸데 없는 소리를 해? "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관두기로 했다.

전생에 이미 모든것을 다 배웠고 지금은 수행을 한다는 놈이 술은 거나하게 취해서 술집 작부출신들하고 이러쿵 저러쿵 참 말도 많았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한 열한시 가까이 됐을까 새로운 남자손님 둘이 들어오고 분홍색 바지는 조명을 낮췄다.

그때 갑자기 턱긴애는 무슨 심기가 불편했는지 큰 소리로 왜 조명을 낮추냐고 항의 비슷하게 하면서 나무란다.
새롭게 들어온 남자 둘은 그 여자들과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 미안하다고 말하며 조명을 다시 올리라고 했다.
그 사건을 빌미로 턱긴애는 조명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했고 그 남자와 분홍색 바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다른곳을 쳐다 볼때는 '이런 개새끼, 손님만 아니라면...!!' 라고 하는듯 오만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큰 소리로 자기 할 말만 계속 하고 있었으며 급기야는 저 쪽의 남자가 잔을 하나 가지고 턱긴애 쪽으로 와서야 조금 잠잠해 졌다.

난, 그때 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턱긴애를 쓱 한번 쳐다 보았다.
깔끔했던 애가 점점 피곤한 스타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니 이미 변해 있었다.
물론 술 취해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그 친구가 무슨 도를 어떻게 닦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따위의 수행이라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래도 전에는 동네 사람이느 특히 아줌마들에게 소양인이라느니 땅에서 나온 뿌리 음식은 먹지 말라느니.. 심지어는 나에게도 수음인이라고 해서 "야 니미 그럼 나는 평생 딸만 잡아야 하냐?" 라고 농담도 했지만, 이제는 그 친구의 말은 동네에서 아무에게도 씨알이 안먹히는듯 했다.

그냥 그저 '저 친구 또 술마시네?', '하긴 외롭기도 하겠지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 하려니..'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잘 해주려는 눈길이 더 강하지 이전처럼 그의 말을 경청해 주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만만한게 홍어좆이라고 전에 그 친구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그 술집의 주인 조차 남에게 술집을 넘기고 간 이마당에는 더욱 그런 만만한 홍어좆들은 그 동네에서 그 술집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최인호가 쓴 술꾼이라는 단편이 있다. 어떤 꼬마애가 술집으로 들어와서 자기 아빠를 찾는다고 하기에 그 술집에 모여있던 동네 아저씨들은 그 꼬마가 불쌍하고 밖의 날씨도 춥고해서 막소주 한잔을 따라주며 몸을 녹이라고 말한다.
그 꼬마는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하며 다른 술집으로 밤새 전전하며 아빠를 찾아 헤맨다.
가는 술집마다 인심좋은 아저씨들은 막소주를 한잔씩 주며 추위를 달래라고 말 한다.
이 꼬마아이의 아빠는 원래 없다. 그냥 이 자식이 술 마시고 싶어서 동네 술집을 기웃거린것이다. 나중에는 주머니에서 갖고있던 동전 몇닢을 꺼내서 막소주 한잔만 달라고 술집주모에게 사정한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2006/11/16 - [Those days] - 우리 동네 턱 긴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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