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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Genre

바람이 너무 불던 어젯밤의 감상

by 개인교수 2007. 2. 15.
1.
총신대 뒤의 산 동네 반 지하 단칸방에 들어서는 순간 홀아비 특유의 퀘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일본에서 오부리방 키보드 연주자로 25년 있었다는 어떤 연주자의 방은 3평도 채 안돼 보였다.
문을 열면 야마하 이중 건반악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싯가로 백십팔만엔이니 한국 돈 천 만원 정도 하는 것이었다.
그 옆에는 롤랜드 간이 키보드가 있었고 책상엔 컴퓨터,
그 오른쪽으로는 마이크 믹싱기계 같은 게 놓여있다.
한결같이 부속은 니코틴과 끈적끈적한 타르에 찌들어 전기코드를 꽂는 순간 바로 누전 될 것만 같다.

일본에서의 생활을 이야기 하다가 한국에서의 연주자 생활시의 팜프렛을 보여준다.
악기 파는일을 하고 있고 할 거면서도 극구 본인은 악기판매에는 관심이 없는 순수예술인으로 받아들여지기를 갈구한다.

인간의 예술을 대하는 이중성......,

과거에는 유행가 같은 것은 쓰레기 보듯 음악 취급도 안했었는데,
최근 나도 20년 만에 다시 작곡부터 시작 하면서,
이제는 내 머리속엔 하나의 돈 벌이로 자리잡아 어떻게 해서든 히트상품 하나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미 나의 발을 어느덧 30%이상 들여 논 상태이다.

인생 참 X같다.
전엔 글을 쓰면서 남에게 보여지는걸 창피하게 생각하여 몰래 혼자 두고두고 보면서도
히든카드 처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항상 속에서 닥달 했지만,
이제는 아무 꺼리낌 없이 이런 반 쯤은 개방된 곳에 글을 올리고 있다.

오늘 뵌 그 형이 한때 부르라이또 요코하마의 룸싸롱에서 손님들 앞에서 키보드를 쳤건,
팜프렛에서 본 모습 처럼 순수음악으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건,
내가 전에 멋 모르던 순수 문학청년이었건,
지금은 기회주의적인 글을 올리건 간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일단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졸업 후 지금까지 사업적인 돈벌이에만 매진해 왔다.
결과는 0 이다.
그냥 밥 먹고 술 마시고 만 산 것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참으로 의미없는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낭만도 즐거움도 사랑도 자기발전도 쫒던 이상도 아무것도 이루거나 향유한 것이 없었다.

오늘 본 그 형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문학도 음악도 예술도 알고 보면
以五十步笑百步다.

왜 나는 그런 진리를 오늘 총신대 산동네에서 불현듯 깨닳은 것일까?


2.
산 동네를 내려올 땐 두시간 동안의 간접흡연과 몇 잔의 맥주 때문에 심호흡을 하면서 내려왔다.
총신대역 근처를 지나면서 바람은 더욱 세차게 몰아 친다.

불현듯,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 였지?

그리고
그 다음 생각은...
'아! 나랑은 이미 상관 없는 날이지!!!'

제기랄......,
이대로 평생 연애도 못하고
낭만도 잃어버리고,
그대로 죽음으로 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슬프지 않는가??
여러모로 우울하다.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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