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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Genre

우리 동네 턱 긴 애

by 개인교수 2006. 11. 16.
사당 전철역 근처에 근 10년 넘게 살면서 단 한번도 동네 사람들과 형, 동생 하면서 지내본 적이 없는데, 근래에 들어서 만나면 술 한잔 하고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 중, 그래도 좀 오랜기간을 말 섞으며 지낸 사람 가운데 일명 "턱긴애" 라는 친구가 있다.
말 그대로 남들보다 턱이 좀 길다.

다른 동네 사람들은 그 친구를 "전생(전생에 관해서 얘기를 많이 하고 다님)", 혹은 도인 이라고 부른다.

그 친구의 유래는 잘 모르겠으나, 본인 말로는 중학교 때 쯤 자기 자신이 전생의 도인 이었다고 깨닳게 되었다고 한다. 전생에서는 이미 다 배웠고 현생에서는 더이상 배울것이 없어서 수련만 한다고 했다.
내가 도데체 무슨 수련을 하냐? 라고 물어보면 대답을 회피한다.

그러던중 약 1년전 쯤 황우석 사태가 발생 했을 때, 그 후속 조치로 여러명이 연루되고 황우석 자신은 교수직 박탈 당하고 한참 혼란의 시절에 이 친구가 갑자기 황우석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 봤다.
나는 단순히 "그 자식 이미 사기꾼 이라고 판명 났잖아. 근데 뭘 물어봐?"
"그거 다 음모 인줄 모르세요?"
"누가 음모를 꾸몄는데?" 나도 이미 인터넷에 떠돌았던 음모론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던 터라 짐짓 모르는척 하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유태인, 미국교수, 어쩌고 저쩌고.. 황우석 죽이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어? 인터넷 봤구만.. 음모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황우석씨가 연구비 유용하고 체세포 조작한건 사실 이잖아. 그리고 자신의 입으로 얘기 했잖아. 그럼 된거지 무슨 말이 또 필요해?"

"박달씨는 몰라서 그래요. 내 말 들어보세요.. " 라면서 한 10분 이상을 장황하게, 그것도 대부분 인터넷을 통하여 퍼진 얘기를 끊임 없이 한다.

"알았어 그만해.." 라고 말하자. 그 친구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자기를 무시 한다고 500cc 짜리 잔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나가 버렸다.

그 후 다시 그 자리에서 만났을때 이전의 행동이 미안 했던지 은근한 미소로 나를 대했다.

한참 월드컵이 한창일때 심심해서 술 한잔 하러 가면 꼭 그 친구가 있었다. 난 무심코 MBC를 틀어서 축구 해설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MBC를 보지 말라고 하는것 이었다.
난 "왜?" 라고 물어 봤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황우석을 매장시킨 방송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난 "어이! 이봐.. 차범근이 황우석을 매장 시켰어? 아니면 차두리가 그랬어?. 저 사람들은 상관 없는 사람들 이잖아.. 도데체 왜그래? 그리고 여기서 당신만 축구 보는게 아니잖아.."
그렇게 말했더니 또 뭔가를 집어 던지고 나가려고 한다.

난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이리와 앉아봐.. 도데체 뭘 수련 하는건데? 도데체 뭘 수련 하길래 그리도 고집스럽고, 자기자신과 안 맞으면 핏대 세워서 남을 설득, 아니 말로써 굴복 시키려 하고.. 도데체 왜 그러는 건데?
이 사람아 수련을 한 다면 남보다 더 남을 배려하고 경청해야 하는거 아니야?
왜 남들이 당신 말을 들어야하고 따라야 하는데???
뭐 정말 수련은 하기는 하는거야?
그냥 아무일도 안하고 멋 쩍으니까 수련 한다고 하는거 아니야?
당신이 내 전생을 알어? 알긴 좆이나 알어? 그냥 지 느낌대로 마치 관상 보듯 대충 말 하는거 잖아. 어짜피 헛소리 해도 검증 할 수가 없잖아.
이사람아 좀 솔직 해져봐.."

이런 식으로 좀 심하게 뭐라고 했다.

언젠가 그 친구와 얘기를 하던 중  내가 도데체 무슨 수련을 하는데? 라고 물어보자. 넌 말해봐야 모른다는 듯이 "유체이탈, 우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 할때는 아마 그 친구는 어렸을때 크리슈나무르티나 라즈니쉬 정도 읽은 것 같았다. 나도 어렸을때는 가만히 누워서 호흡을 가다듬고 유체이탈을 시도해 본적도 많았다. 그 인도인들이 지은 책을 보면 그 방법까지 다 나와있다.

한때 선잠이었을까 나는 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떠나서 시내를 내려다 보며 경치를 시원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근데 문제는 길거리를 날고 있는 나 자신도 보인다는것 이었다. 즉, 내가 상상한 것이지 실제로 유체를 이탈해서 유영하고 있는게 아니라는걸 깨닳고 급실망을 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도를 해보고, 또한 우주의 자기장에 레코딩 되어있는 인류 역사의 기록을 읽을수 있다는 책을 보곤 그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여러가지 헛소리 써놓은 책도 많이 읽었었다.
난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자 바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 왔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상적인 생활속에서 이런 호기심으로 잠시 심취했을 정도 였다.

그러나 그 친구는 지속적으로 그 쪽으로 관심을 갖고 매진하는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 되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점점 암시적인 자신의 전생을 머릿속에 그려봤을테고, 그게 형상화 되어 구체적으로 자신이 그랬을 것이라 믿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상의학 같은책을 보면서 동약적인 것과 접목 시켜서 마치 자기자신은 모든것을 통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그 방면에 대해서 얘기 해 보자고 제의한다. 그러면 그친구의 대답은 한가지 "박달씨는 내가 말해도 몰라요.." 바로 이것이다.
이 얼마나 건방지고 동시에 회피적인 대답인가?

난 사실 사람을 보고 4가지 종류로 구분 한다는 사상의학 자체도 믿지 않을 뿐더러 한의사가 진맥을 하여 간이 않좋다고 하든지 그런 헛 소리는 절대 믿지 않는다.
기가 쇠해서 맥이 늦게 뛰거나 힘차지 않아서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는 것까지는 어느정도 일리가 있으나.. 니미럴.. 한의사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맥을 짚어서 전립선이 않좋다 라든지 암이 있다 라고 진맥할수 있는 그런 사람 있으면 정말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단지 환자의 입에서 오게된 유래를 듣고 안색을 보고 유추해 내는 것에 불과하다.
두 눈 다 가리고 저쪽 벽에서 손만 내밀고 아무런 말 안하고 진맥해 보라고 시켜보시라. 어느 점쟁이가 병명을 맞 출 수 있겠는가?

즉, 사람을 4가지 형태로 보는것과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것은 똑같이 비 과학적인 것이다. 그냥 그렇게 느끼는것 일 뿐이다.

난 사람의 관상을 잘 본다. 대충 보면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그가 살아온 인생을 대충 알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맞다. 이러한 것들은 그냥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대단한 노하우가 있는게 아니다.
대충 전여옥이 처럼 눈이 찢어졌으면 사납게 보이는,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한..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것이다.

난 정말 그 "턱긴애" 와 진지한 대화도 나누고 싶고 그 친구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도 엿 듯고 싶다. 그러나 그 친구의 마음의 문은 이미 굳게 닫혀 있고, 생각도 이미 고정되어 버린듯 하다. 생각의 자유로움과 신축성이 없음은 그 고집으로 인해서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파멸시키게 되어있다.

최근 개그콘써트에서 예전의 육봉달이 잘 하는말이 있다.
"선생님! 저는 고시원 생활 8년만에 창문 있는 방으로 옮긴 육봉달 이예요."

난 그 친구의 방 뿐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아주 큰 창문을 달아 환한 햇살을 가득 받고, 모든 사물과 인간과 융화되는 그런 삶을 살길 진심으로 기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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