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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Genre

장마의 추억

by 개인교수 2006. 7. 16.


아침녘에 왠지 찌뿌둥한 느낌이 들어 몇번이나 뒤척였는데,
밖에는 장대같은 소나기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렸다는 표현보다는 누군가가 양동이로 물을 쏟아 붇고 있다는 느낌이 더 정확할 것이다.

어린시절 광주군 중부면 탄천에서의 장맛비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급하게 흘러가는 황톳물위로 닭과 오리들이 떠내려가고, 오만 잡다한 나무토막및 생활쓰레기들이 둥둥 떠내려 갈때, 어렸던 우리들은 냇물위에 부유하는 물건들을 건지기 위해서 긴 장대 하나씩을 가지고 놀던 기억이 난다.

한차례의 소낙비가 가시면 동네아이들은 너나 할것없이 모두 냇가로 나와서 아직은 멎지 않은 실비를 맞아가며 '뭐 줏을 물건 없나?' 거지처럼 냇가를 배회하던 어렵던 어린시절.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옥사를 신축, 개보수 하느라 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쳐 놓고 수업을 했었다.
천막교사 안에는 학생 한명씩 앉을 공간이 기다랗게 나열되어 있고, 그 위에 학생들이 앉을 가마니 방석이 놓여 있었고, 옆줄과 옆줄 사이에는 빗물이 빠져 나가도록 고랑을 파 놨었다.
말이 교실이고 수업이지, 그야말로 우리들의 놀이터나 다름 없었다.

비가 한차례 쏟아지면, 도랑에 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막 종이접기에 맛들린 어린아이들은 종이배를 접어서 그 위도 뛰운다.
종이배 위에 몽망연필도 올려 놓고, 뒷줄에 앉은 놈 욕도 써놓고......,
그러다 비와 바람이 몰아치면 수업이 중단되면서 비 쫄닥 맞은채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한참 비맞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곧바로 잠이든다.
주위의 술렁 거리는 소리와 밥 타는 냄새에 언뜻 잠이 깨면 어둑어둑 한게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이 안간다.
저녁먹을 시간에 서둘러 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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